얼마전 제가 즐겨보는 트럭커 유튜브에서 차량 화재 사건을 본 적이 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대형 기름 운반 차량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검은 연기가 무섭게 피어오르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에 해당 유튜버도 자신의 차량을 갓길에 정차하고 소화기를 꺼내들고 가서 뿌리기 시작했지만 차량에 비해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유튜버는 소화기를 든 손을 흔들며 지나 가는 차들에게 소화기를 요청했지만 모두 그냥 지나 갈 뿐이었습니다. 다행히 고속버스 한 대와 승용차 운전자 한 분이 소화기를 건네주셨지만 여전히 양이 아쉬운 상황이었습니다. 불길은 고속도로 옆 산비탈까지 옮겨 붙었지만 그 때 고속도로 순찰대와 소방차량의 도착으로 불 길을 잡는 모습이었습니다.
화재 진압을 도와주었던 유튜버 권마키님도 당시 화재 초기에 소화기가 몇 대만 더 있었더라면 조기 진압이 가능했을 거라면 아쉬워 하더군요. 그러면서 동시에 그냥 지나쳤던 많은 차들이 소화기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지나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하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 말을 듣고 저도 뜨끔했습니다. 지금껏 차에 소화기를 비치해야겠다는 생각을 굳이 해보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차량용 소화기에 대해서 좀 알아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승용차 소화기 비치가 의무화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모르고 있겠구나 싶어 오늘은 소화기 비치 의무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소화기 비치 의무화
작년 12월 1일에 시행된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에는 7인 이상의 승용차부터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 등의 차량에 의무적으로 비치해야 했던 차량용 소화기 규정이 2024년 12월 1일부터는 5인승 이상의 승용차부터 시작하여 확대 적용됩니다. 다시 말해, 4인 이하의 경차를 제외한 모든 차량에 소화기를 비치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법적 의무라는 것입니다. 해당 법률의 3항에 의하면 자동차검사 시 소화기의 설치 또는 비치 여부를 확인하여 소방청장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다만, 비치 의무 위반 시 어떠한 제재가 가해지는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으며, 관련 기사를 찾아봐도 명확한 제재 규정에 대해서 언급한 내용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행안이 발효되었고 적용 시점까지 나와 있으니 조만간 제재 규정도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
비치 기준
소화기의 용량과 대수 등에 대한 비치 기준은 차량의 종류와 탑승 인원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래의 내용을 참고 바랍니다.
차량 구분 | 탑승 인원 및 차량 규격 | 소화기 용량 |
승용차 | 5인 이상 | 1단위(0.7kg) 소화기 1개 |
승합차 | 경형 (1000cc 미만) | 1단위 소화기 1개 |
소형 (15인 이하) | 2단위(1.5kg) 소화기 1개 또는 1단위 소화기 2개 | |
중형 (16~35인) | 2단위 소화기 2개 | |
대형 (36인 이상, 버스) | 3단위(3.3KG) 소화기 1개 | |
화물차/특수차 | 중형 이하(5톤 미만) | 1단위 소화기 1개 |
대형(5톤 이상) | 2단위 1개 또는1단위 2개 |
소화기의 용량
위에서 차량의 종류에 따른 소화기 용량을 1단위, 2단위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이는 소화기의 소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정확히는 '능력단위'라고 표현하며, 1부터 3까지 3가지 규격이 있습니다. 이 능력단위에 대한 정확한 개념은 전문 소방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듯 해서 우리는 '1단위 = 0.7kg, 2단위 = 1.5kg'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차량용 소화기는 따로 있나요
차량용 소화기는 별도의 '자동차용 소화기 성능 검사'를 거쳐 인증 받은 제품을 사용해야 합니다. 차량용 소화기는 일반 소화기와 달리 운행 중인 자동차 내부에 비치되어 있기 때문에 진동시험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관련 규정에 따라 2-4시간에 걸쳐 2000rpm의 진동 시험을 거친 후 제품의 파손이나 변형 여부를 심사하게 됩니다. 인증 제품은 본체 용기 상단부에 '자동차 겸용'이라는 표시가 있기 때문에 소화기 구입 시 반드시 이 부분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트렁크에 넣어두면 되나요
당연히 트렁크에 두는 것은 권고하지 않습니다. 화재 발생 시 신속하게 초기 진화를 시도해야 하기 때문에 운전자의 손이 닿을 수 있는 위치에 두어야 합니다. 통상 소화기의 유효 기간은 7~10년 정도를 기준으로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해서 처음 차에 넣어두고 7년간은 잊고 살아도 되겠네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축압식 분말 소화기의 경우 한 달에 한 번 정도 소화기를 흔들어서 용기 내의 화학 물질이 굳지 않고 잘 섞이도록 해서 내부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어야 합니다. 이는 소화기 상단에 있는 압력게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압력게이지의 바늘이 항상 녹색 구간에 위치하도록 해야 합니다.
마치며
지난 3월 30일자 소방방재신문에 따르면 차량 화재는 매년 4,500건에 달하며, 하루 평균 13건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화재 초기의 소화기 한 대는 소방차 한 대와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연료와 각종 오일을 내부에 담고 있기도 때문에 무엇보다 초기 진압이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머리글에서 언급한 유투버 권마키님도 방송에서 이 부분을 굉장히 아쉬워했었구요. 이제는 의무화가 되기도 했지만 나와 내 가족을 위해, 그리고 도로 위에서 불의의 화재 사고를 당한 누군가를 위해서라도 소화기 한 대 쯤 비치해 두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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